[취재여록] 과천 통합브리핑 그 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과천의 일요일은 춥다.
불씨 하나 없다.
영하의 날씨지만 온기없는 90평의 휑뎅그렁한 방에서 십수명이 손에 입김을 불어 넣어 가며 컴퓨터자판을 두들긴다.
일부는 견디다 못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최근 문을 연 종합청사 통합브리핑실의 지난 일요일(4일) 모습이다.
빔 프로젝터 등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지만 운영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렇게 추운 지 물었다.
"청사 관리실에서 협조가 안됐습니다. 다음주부터는 틀림없이 난방이 될 겁니다."
기자실이 브리핑실로 바뀌면서 갖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추위는 급격한 변화속에서 나타난 현상중의 하나일 뿐이다.
공무원들의 대 언론관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새 규정대로라면 공무원들은 기자로부터 면담 신청서를 받은 뒤 별도 마련된 접견실에서 기자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새 규정을 몰라서,나머지는 알면서도 '불편해서' 신청서 제출없이 사무실에 들르고 있다.
이 때 보이는 반응이 다양하다.
첫번째가 '준법형'."아,왜 이러십니까.
새로운 규정을 따르셔야죠." 이들은 사무실로 들어온 기자를 몇개 층 아래 로비에 마련된 접견실까지 데리고 내려간다.
두번째가 '복도형'이다.
이들은 멀리 떨어진 접견실까지 가는 대신 복도에서 필요한 대화를 끝낸다.
세번째는 '소신형'.누가 보든 상관없으니 들어와서 얘기를 나누자는 부류다.
평소 업무수행에서도 '자신감'을 보여주는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 점심시간에 만날 것을 요구하는 '점심형'과 "접견실도 싫다"며 아예 야외 휴게실에서 만나자는 '등나무파형'(과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건물 사이에는 등나무 휴게실이 있다) 등도 있다.
청와대는 변화의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어떻게,어느 정도까지' 변해야 하는 지를 놓고 헷갈려하고 있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