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통과되지 못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및 부수법안들이 8일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여전히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임시국회가 이날로 폐회될 예정이고,이달 중 다시 개회될 계획이 없어 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달 임시국회로 넘겨질 수 밖에 없다. 내달부터 의원들이 4월총선 준비에 전념하면서 임시국회가 제대로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여 동의안이 자칫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원내1당으로 통과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농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지만,원칙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7일 당사를 찾아온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세계 통상환경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FTA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한·칠레에 이어 현재 추진 중인 한·일 FTA가 체결되면 농민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도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데,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FTA는 빨리 비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총무들도 회동,FTA비준 동의안과 농어민지원법안을 8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한나라당 농어촌의정회(회장 박희태 의원)소속 의원 62명은 본회의 직전 회의를 갖고 물리적 저지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먼저 농민을 설득하라고 했는데,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비준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농민연대도 7일 오후부터 국회 앞에서 FTA비준 반대 시위에 돌입했다. 이같은 기류탓에 FTA체결에 적극적 찬성파인 홍 총무 조차도 처리 전망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