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의 부촌(富村) 디펜스 콜로니에 작년말 고급 헬스클럽이 하나 생겼다.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외관부터가 주변의 허름한 가옥들과는 천양지차다. 주차장에는 벤츠 GM에피카 등 고급 외제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내부는 대리석으로 치장한 인테리어와 최고급 사우나시설로 초호화판이다. 몸에 착달라 붙는 짧은 운동복을 걸친 체이스양(22)은 "1년 회비 6만루피(1백50만원)를 선불로 내야 하지만 서비스가 좋다"며 만족해 했다. 신규등록회원은 한달에 1백명선. 헬스클럽 '오존'의 주인 아누 수드씨는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처럼 이곳은 남루한 차림의 구걸자들이나 지저분한 도로 등 초라한 인도를 잊게 해주는 딴 세상"이라고 소개했다. 개방정책으로 서구문화가 속속 유입되면서 인도에도 웰빙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복장에서부터 전통적 인도문화를 거부한다. 온몸을 칭칭감고 있어 활동에 불편한 사리 대신 청바지가 이들의 일상복이다. 귀금속을 좋아해 팔찌와 목걸이를 항상 착용하는 이들 인도인들에게 최근 명품패션이 필수품으로 하나 더 추가됐다. 네루대학가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내 친구들은 유명상표만 찾는다"며 은근히 부를 과시했다. 전통가옥인 단층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이들 신세대의 특징. 뭄바이 외곽에 건설중인 위성도시 뉴뭄바이는 그래서 온통 고층아파트와 오피스텔 일색이다. 피부미용 다이어트 등 건강관련 업종들이 뜨고 있는 것도 웰빙 바람을 대변하는 대목. 인도 전역에 57개 분점을 두고 있다는 한 피부미용실 주인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비만으로 고생한다"며 "최근에는 남성들로 고객층이 확산되고 있지만 2,3년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유흥가가 별로 없는 인도에서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호텔 스탠드바나 디스코텍. 그레고리 펙, 서머셋 모옴 등 저명인사들이 자주 들러 세계적 명소로 자리잡은 타지마할 호텔이 이들의 집합소. 주말 내내 디스코텍에서 살았다는 제이드씨(20)는 "여기만 오면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간다"고 했다. 경제 성장세를 등에 업고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등장한 웰빙 트렌드가 인도를 한층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뉴델리(인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