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서울대 교수들의 핵폐기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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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63명이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전북 부안사태 해결을 위해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일명 핵폐기장)을 서울대 부지내 관악산에 유치할 것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그것이 실현되고 안되고의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특히 이번 제안에 핵 물리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를 비롯 각계의 권위있는 서울대 교수들이 동참한 것만 보더라도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폄하할 일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들이 성명서에서 밝혔듯 원전센터 사업이 매우 중요한 국책사업임에도 지난 18년간이나 표류함으로써 국가적 에너지 낭비가 심했다는 문제 의식에 우리는 백번 공감하면서 새로운 해결책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모두가 자기와 관련이 있는 지역만은 안된다는 극심한 이기주의가 판치면서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허다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의 안전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학교측에 건의한다"는 대목에서는 학자적 양심을 읽을 수 있다.
부안사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부딪히는 것이 안전성 문제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 인식을 넓히고 이해를 구하는 데 미흡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학적 오류가 적지 않음에도 일부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먹혀드는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과학적 진실보다 감성적이고 선동적인 구호가 난무하는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갈수록 사회적 갈등에 과학적 이슈가 관련되는 정도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이를 바로 잡는 일을 정부에만 맡겨둘 것도 아니다.
학자들의 양심적인 목소리,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도 서울대 교수들의 발표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원전센터 유치를 제안했다고 당장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청이 주민과 지자체를 무시한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선 데다 앞으로 거쳐야 할 절차도 많다.
여기에 부안사태가 어떻게 매듭될지도 변수다.
그럼에도 서울대 교수들의 이번 제안이 원전센터 문제를 매듭짓는 단초가 되고 다른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