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씁쓸한 웰빙 마케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요즘에는 '웰빙 제품'이라고 해야 팔려요. 제품의 내용물은 달라진 것이 없더라도 일단 웰빙 제품이라고 하면 제법 팔리지요. 너도나도 '웰빙'을 떠드는 판이니 웰빙 마케팅을 안할 수가 있나요. 그나마 웰빙 때문에 먹고 삽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준비중인 업체 관계자는 최근 불고 있는 웰빙 마케팅의 한 단면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웰빙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모르지만 트렌드가 웰빙이다 보니 일단 거기에 맞추고 본다"며 "포장만 웰빙 제품"이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대로 웰빙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식품업계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오는 설 선물 관련 보도자료의 대부분이 '웰빙 선물세트'란 단어로 포장돼 있을 정도다.
웰빙 열풍은 식품업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전 주택 의류 화장품 운동기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웰빙이 마케팅의 화두로 활용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전자전문점에 나가 보면 '웰빙 제품'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걸려 있다.
웰빙 제품이 홍수를 이루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원래 웰빙이라는 개념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웰빙 마케팅을 벌이는 업체들은 '비싸고 좋은 것'을 사용하는 개념으로 변질시켰다.
웰빙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는 물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형 TV와 세탁기,DVD,고가 의류, 수입 화장품 등 고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웰빙적인 생활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적 가치가 상업적 마케팅과 접목되면서 나타난 왜곡현상이다.
기업들이 웰빙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내수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지금 업계로선 웰빙 바람이라도 붙잡아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보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정신적 여유를 누리자는 웰빙의 개념까지 왜곡시켜선 안된다.
대형 TV,홈 시어터 등 고가 제품을 웰빙 제품으로 포장해서야 되겠는가.
씁쓸한 웰빙 마케팅이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