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부수법안이 지난해 연말에 이어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8일 본회의에서 논란 끝에 처리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박관용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에게 FTA비준동의안이 통과되도록 협조를 요청했고,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번엔 처리하자"고 소속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농어촌 출신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는 등 실력 저지에 나서면서 비준동의안 처리가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무산 안팎=박 의장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FTA비준안을 상정하고,찬반 토론에 들어가려고 하자 농어촌 출신 의원 40여명이 단상으로 몰려나가 비준안 처리 연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세계적인 통상 추세를 보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맞섰다. 단상을 점거한 농어촌 의원들은 "농어민 지원책에 대해 더 논의한 후 2월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FTA비준안에 반대하면 농촌 문제가 해결되나"며 "자리로 돌아가 정상적 발언권을 얻어 토론하자"고 버티면서 본회의는 1시간 가량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박 의장의 완강한 태도에 의원들은 단상에서 내려와 찬반 토론에 응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과 임인배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각각 찬반 입장을 개진했다. 토론 후 농촌의원들의 강력한 본회의 정회 요구에 박 의장은 "내달 9일엔 어떤 일이 있어도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며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찬성당론으로 본회의에 임했고,한나라당 지도부는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농어촌 의원들의 설득작업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준안의 통과 필요성을 농촌 출신 의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월 처리 전망=현재로서는 그리 밝지 않다. 농어촌 출신 의원들은 정부에 농어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정부는 현재의 지원책 외에 더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비준안에 찬성할리 만무하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FTA비준안 찬성 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농촌 출신 의원은 "농촌 표밭에서 최대의 이슈는 FTA체결 여부이고,찬성은 곧 낙선을 의미한다"며 "노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농민들을 설득하지 않을 경우 비준안의 물리적 저지 상황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무기명 비밀 투표가 실제로 실시될 경우 비준안의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