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은행 일을 볼 수 있는 모바일뱅킹 서비스에서 정작 소비자의 편의가 외면받는다면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모바일뱅킹이 올해부터 본격화한다고 하지만 표준화를 둘러싼 업계 갈등 때문에 고객이 휴대폰 가입회사나 주거래 은행 중 하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행과 통신회사들이 신경전을 벌여왔던 모바일뱅킹은 국민은행LG텔레콤이 제휴해 선을 보인 '뱅크온'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은행과 이동통신회사간 짝짓기가 이어졌고 지금은 국민은행이 주도하는 진영과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진영으로 크게 나뉘어진 형국이다. 문제는 두 진영간 표준화 대립으로 은행들의 보안방식이 달라 서비스 호환이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이 바뀔 때마다 칩을 바꾸어야 하는 이른바 '1칩 1은행'방식을 은행들이 고집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적으로 가능함에도 이러는 것은 물론 통신회사에 주도권이 넘어갈 것을 은행들이 우려한 때문이겠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표준화 경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걱정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님에도 소비자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방식만 계속 고집할 경우 시장 자체의 활성화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각자 중복투자를 하다보면 그 비용이 그대로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시장에서 모두 패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통신회사나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시장의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합의가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니라고 본다. 이 분야가 금융과 통신의 융합분야인 데다 다른 서비스도 아닌 금융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도 적극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본격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