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업실 보고서'전은 작가의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옮겨 예술행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이색 전시다. 김기현 김윤환 드라마고 박불똥 유근택 이상림 등 회화 사진 영상 조각작가 20명의 작업실이 마련됐다. 김윤환의 'PMA'는 휴대용 아틀리에다. 공기 주입형 비닐로 돼 있어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다. 설치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 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전천후 아틀리에로 보면 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프로젝트형 작업이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김현숙의 '스콰트'는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불법 건물 점유'를 뜻한다. 오랜 시간 비어있는 건물들을 예술가들이 점거해 기존의 상업화랑이나 미술관에 반기를 들며 자율적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유럽형 작업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유근택의 '어쩔 수 없는 난제들'은 종이에 수묵채색으로 장난감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는 아파트 거실을 보여준다. 작업공간이자 동시에 일상공간,아이의 놀이공간을 감당해야 하는 작가의 아내인 여성화가를 화면에 담아냈다. 공간그룹 대표이사로 활동 중인 이상림의 설치작업 'Womb Space(자궁 공간)'는 골판지와 비닐튜브의 재질감을 살려 생명성의 소통 공간인 자궁에 빗대어 작업실을 형상화했다. 박불똥은 20여년의 작가생활 기간 중 작업실을 짓고 옮기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가가 경험한 작가와 작업 작업실의 관계를 건축도면 사진 메모지 같은 오브제를 통해 보여준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룹인 드라마고는 디지털 포토 몽타주 작업을 실사출력해서 전시장에 걸었다. 아틀리에보다는 지역과 사람들이라는 현장을 존중해 허름한 옷차림의 꽃 파는 아줌마,부평 삼거리전철역에 배회하는 정신지체 소년,버려진 인형,개천을 나는 갈매기 등이 등장한다. 2월 25일까지. (02)736-43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