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가 6% 성장을 하더라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다. 얼마 전에도 삼성경제연구소가 고용없는 성장의 현실화 가능성을 예상했던 터여서 실업문제가 고질병으로 자리잡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체 산업의 평균 고용계수(생산액 10억원당 필요한 취업자 수)는 지난 2000년 현재 12.2명에 머물러 95년의 75%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특히 제조업은 8.6명에서 4.9명으로 급감한 형편이다. 경제성장률 1%포인트 상승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도 95년 10만5천명에서 2000년엔 9만6천명으로 9천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 설비자동화 등을 활발히 추진한데 상당부분 원인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신규고용을 꺼리는데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기업들은 툭하면 불법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각종 규제를 피해 고용유발효과가 큰 대형투자일수록 국내보다는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있고 심지어는 가동중인 공장마저 중국 등지로 옮기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자리 부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만성적 문제로 고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정부는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국내투자를 부추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함은 물론 노사관계 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노동시장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15개 유수 민관 경제연구소장들이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노사관계 불안'을 우리 경제의 최대 우려 요인으로 꼽았던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노사관계 안정이야말로 산업공동화와 고용없는 성장을 막는 지름길임은 너무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