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며 평가등급을 '감시대상국'(WL)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한 단계 강화,향후 통상 공세의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재권 보호실태에 대한 비정기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정부가 음악과 영화 등 지재권 침해 행위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같이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2002년 5월 미국의 지재권 우선감시대상국에서 벗어나 감시대상국으로 하향 지정된 지 1년8개월 만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분야 통상법 조항인 '스페셜 301조'에 따라 해마다 주요 통상 대상국들의 지재권 보호등급을 조정,발표하고 있다. 로버트 죌릭 USTR 대표는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해적행위는 미국인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라며 "지재권 보호는 미국경제의 지속 성장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무역 상대국들이 관련 규정을 따르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감시대상국 지정은 불공정 관행 조사와 협상이 개시되는 최고 제재조치인 '우선협상대상국'(PFC)처럼 즉각적인 무역 보복은 당하지 않는 일종의 '사전 경고'성격의 조치다. 그러나 언제든 우선협상대상국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부담을 떠안는 것은 물론 향후 양국간 통상 협상에서 미국이 지재권 보호문제를 압박용 카드로 꺼내들 수 있는 소지를 남기게 됐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는 광우병 사태 이후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취한 뒤 나온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USTR는 비정기 지재권 실태조사 발표와는 별도로 매년 4월께 주요 무역 대상국의 지재권 보호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한·미 통상현안 회의에서 현재 입법예고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 등 지재권 보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