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비자금 조성과 거액의 정치자금 제공,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SK그룹 손길승 회장은 9일 7천억원대의 선물투자 손실과 관련해 "98년 외환위기 사태로 심화된 그룹 부실을 털어낼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 강형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당시 선물은 해외투자의 새로운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었고 전망 또한 밝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누적된 부실을 떨어내기 위해서는 비공식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그러나 SK글로벌 자회사인 아상(구 선경목재)에 지원하고 받지 않은 2천4백92억원에 대해서는 "아상측에 줘야 할 돈과 상계된 것"이라며 고의누락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손 회장이 혐의내용을 특별히 부인하지 않음에 따라 손 회장을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수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우선 선물투자 손실 7천억원대의 구체적인 내용확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과연 순수한 투자손실이었는지,아니면 이중 일부는 정치자금 등 알려지지 않은 용도로 쓰였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손 회장이 정치권에 전달한 돈은 한나라당 1백억원,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11억원 뿐이어서 이 돈을 제외한 수천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관우·이태명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