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최근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쌍둥이적자 확대,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용사정 등 불안요인이 적지 않으며 일본과 유럽의 경기회복도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 세계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경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이같은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큰 데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속에서 수출호조 덕분에 근근히 버티고 있는 우리 처지에선 미국경제의 향방을 주시해야 함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달러약세가 너무 급격하다는 점이다. 현재 달러환율은 유로당 1.27달러,달러당 1백6엔 선으로 지난 1년동안 주요 통화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올해에도 지속돼 올 연말에는 유로당 1.33달러,달러당 90엔 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유럽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건 물론이고,인플레이션과 미국내 해외자본 유출을 자극해 자칫 미국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와 자국통화 평가절하에 나서 전세계적인 무역·환율 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달러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이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정부의 재정적자가 올해에만 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이를 방치할 경우 달러약세와 금리상승 압력을 가중시켜 세계경제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물론이고 FRB조차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달러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감세정책과 저금리 등 '약한 달러' 정책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아직까지는 경기회복세에 비해 고용창출이 미약해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점도 달러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급격한 달러약세에 따른 원화환율 안정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통상마찰 증가에도 대비해야 마땅하다. 미국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치적인 이유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나라를 지식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하는 등 벌써부터 그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철저히 경계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