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사진)의 일화집이 그의 영면 20주기인 13일 발간된다. '여보게,조금 늦으면 어떤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일화집은 효성그룹 전현직 임원들과 고인의 지인들 이야기를 토대로 꾸며졌다. 책은 조 회장이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설립을 주도해 삼성을 한국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내용,그 뒤 삼성과 결별하고 동양나일론을 설립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섬유 타이어 중공업 등 굵직한 계열사를 거느린 효성그룹으로 성장시킨 과정 등을 일화 중심으로 담고 있다. 일화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59년 조홍제 회장이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동업을 청산하는 부분.일화집은 "호암은 돌연 만우에게 동업 청산을 요구했으나 지분정리에 대해 선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이리저리 태도를 바꾸며 시간을 끌었다"며 "어렵사리 삼성물산 제일모직 제일제당 등 삼성의 3개 주력회사 가운데 제일제당을 조 회장 몫으로 하자고 합의했으나 호암은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한국타이어 등에 투자한 제일제당의 지분 처리를 이유로 양도를 차일피일 미뤘고 또 다시 합의를 뒤집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호암이 내놓은 것은 부실기업으로 은행 관리를 받던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이론에 대한 삼성 지분 3분의 1 가량"이라고 전했다. 30억원에 이르는 재산 지분을 단 3억원으로 돌려받게 된 데 대해 그의 지인들은 "밥 먹어라 해서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대는 순간 '안돼'하고 잡아채는 격이었다"고 회고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은 조 회장이 후일 "만일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분배받을 재산에 연연했더라면 내 독자적인 사업(효성 창업)은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재산은 재산대로 찾지 못한 채 끝나게 되었으리라"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호인 '만우(晩愚)'가 쉰여섯이 되던 이 시기의 재출발을 가리켜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일화집은 소개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