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의 일화집이 그의 영면 20주기인 16일 발간된다. '여보게,조금 늦으면 어떤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일화집은 효성그룹 전.현직 임원들과 고인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꾸며졌다. 책은 조 회장이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설립에 참여해 삼성을 성장시킨 내용,그 뒤 삼성과 결별하고 동양나일론을 설립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섬유 타이어 중공업등 굵직한 계열사를 거느린 효성그룹으로 성장시킨 과정을 일화 중심으로 담고 있다. 이 일화집은 특히 지난 1959년 조 회장이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동업을 청산했던 당시의 뒷 이야기를 상세히 기술해 눈길을 끈다. 책은 "'삼성과 결별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분배 받을 재산에 연연했더라면 내 독자적인 사업(효성 창업)은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재산은 재산대로 찾지 못한 채 끝나게 되었으리라'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호인 '만우(晩愚)'가 쉰여섯이 되던 이 시기의 재출발을 가리켜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일화집은 소개하고 있다. 책 제목도 이런 의미에서 "여보게…"로 잡았다는 것. 일화집에서는 기업들이 이익에만 급급하던 60년대초 신규업종 발굴을 위해 기획부를 신설했던 안목과,물건만 있으면 팔리던 시대에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최초 민간 연구소를 설립한 조 회장의 추진력도 엿볼 수 있다. 효성 관계자는 "일화집은 노력하는 자에겐 늦게라도 자기의 의도를 실현시킬 기회가 반드시 온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책 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