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무원 '스와핑' 성공하려면 .. 鄭用德 <서울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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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중앙부처의 22개 국장급 직위에 대한 부처간 공무원 교류 및 10개 직위에 대한 공모 방침이 정해졌다고 한다.
이 방침은 이달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며,앞으로 과장급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인사개혁 방안은 지난 몇년간 정부가 시행해온 계약직 개방형 임용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공무원제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직업공무원제가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직업공무원제에서 젊은 나이에 공직에 부임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이유는 되도록 오랜 기간 공직에 근무토록 해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능하면 동일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일본에서 전형적인 예를 찾아 볼 수 있는 직업공무원제 및 동일 부서 근무 관행은 국정 운영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닌다.
첫째,행정적 전문성 대 민주적 대표성 간의 상충이다.
직업공무원제와 동일 부서 근무 관행은 행정을 정치로부터 얼마간 격리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정치적 상황보다는 행정적 논리와 전문성에 입각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제 3~4공화국 시절의 프랑스나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처럼 정치적 안정성이 취약한 경우에 관료제가 국정 운영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해 주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료제에 부여되는 자율성은 그만큼 민주적 대표성에 제약을 초래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오래 시행해온 나라에서조차 새로 취임한 행정수반이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직업공무원들의 보수성은 늘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30여년에 걸쳐 공고화된 관료체제가 90년대 이후 부분적인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정치 민주화에 따른 집권 정치엘리트 집단의 교체 및 그들에 의한 정책방향의 변화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정책 대안의 다양성 대 정책 조정의 효율성 간 상충이다.
직업공무원제와 동일 부서 근무 관행이 공고화하면 할수록 공무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처의 정책을 추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게 된다.
부처 내부의 시각에서 볼 때 그 정책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며,부처의 위상과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며,공무원 자신의 개인 후생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환경보호는 공직 수행에서 그가 추구해야 할 지고의 가치이며,환경부의 존재 이유이며,공직자로서의 성취감과 개인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소속 부처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정책 대안과 시각들이 제시되고 경합이 이루어지도록 해 국정 운영의 획일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정책 조정 과정에서의 과다한 거래비용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 아이디어들이라고 해도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전체 국정 운영에 종합적으로 연계돼야만 한다.
우리나라 국정 운영에서 최대 문제 중 하나가 각 부처간 정책 조정의 어려움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면서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정책들 간에 긴밀한 연계성이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공고화된 직업공무원제와 동일 부서 근무 관행에 얼마간 변화를 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앞에서 논의한 양면성을 감안할 때 성급한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전체 국장급 직위의 13%에 해당하는 32개 직위에 적용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서히 확대해 나가면서 학습을 통해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ydchu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