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jlee@pigeon.co.kr 올 겨울 따스한 날씨 덕에 난방제품 소비가 크게 줄고 아이스크림의 판매량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굳이 지구온난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난해 우리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나 지구촌 곳곳의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대란의 경고장이 심심찮게 날아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근래 겨울 혹한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우리 세대는 한겨울 외풍으로 시린 머리맡에 꽁꽁 얼어붙은 자리끼,처마지붕에 매달렸던 고드름이 기억에 선명하다. 그 말간 수정구슬 같던 고드름을 녹여 손 안 가득 고인 물을 받아먹던 것 대신 요즘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습기가 사철 자리를 차지하면서 인공의 자연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연 그대로의 살아 있음과는 멀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의 원천은 자연을 닮아 있는 것에서 나왔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비단 예술가뿐만이 아니다. 내가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이것이 내 몸에 안전한가이다.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곧 자연친화적 환경경영이기 때문이다. 살균세정제 중 도마살균 제품을 개발할 때였다. 도마는 주부들이 왠지 물로만 헹구기에는 찜찜하고,세제를 쓰자니 헹굼질은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워하는 대표적 품목이다. 나는 바로 그 대목에서 먹어도 되는 도마 만들기에 착수했다. 세정제를 뿌린 후 혀가 닿아도 안전하고 물로 다시 씻어내지 않아도 되도록 수도 없이 실험했다. 드디어 안전성 입증을 성공리에 끝내자 나는 도마를 들고 나가 무해 알코올 성분으로 만든 살균세정제를 직접 입안에 스프레이하며 안전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을 가장 가까운 소비자인 내 아내와 자식들이 쓰고 싶다고 말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유용성보다는 언제나 안전에 우위를 둘 수밖에 없다. 새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소비자의 안목은 더 정확하게 그것을 가려낼 것이다. 소비자의 녹색소비가 녹색생산의 가동력이 된다고 볼 때 기업하는 사람 모두가 이를 주시한다면 단순 그린 마케팅이 아니라 친환경 상품의 다양화와 녹색시장 바람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므로 자연에서 배우고 되돌려주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일진대 그 보물의 가치를 아는 기업과 사람만이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