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유럽에서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저머니'가 사라지고 '메이드 인 EU(Made in the EU)'가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도 불구,EU 집행위원회가 공동 원산지라벨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EU 단일통화인 유로가 출범한 것처럼 단일 원산지라벨도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15개 회원국 대표들이 작년 말 이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했다"며 "EU집행위가 수개월 내에 단일라벨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작성,정식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역내 주요국들이 반발하고 있어 실현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열린 한 EU회의에서 이 문제가 비공식이었지만 처음 거론됐을 때 찬성한 나라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뿐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집행위는 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메이드 인 EU'란 단일 라벨을 부착할 경우 대외이미지 제고는 물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상품의 위조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EU라벨이 부착되면 그 상품이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알 수 없어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세계적 명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외국인들이 의류 및 명품을 고를 때 '메이드 인 프랑스'를 보고 선택한다"며 EU라벨 제도는 프랑스 명품의 가치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상표를 EU라벨로 바꿀 경우 관료주의가 심화되고 비용도 더 들게 돼 결국 역내 산업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같은 반발에 집행위는 EU라벨 옆에 생산국을 병기하는 절충안을 내서라도 단일 라벨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EU 단일 라벨안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으나 공식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