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하이의 한 쇼핑센터에서 이색 취업 박람회가 열렸다. '대학생 파출부(保姆)시범'이 그 것.유니폼을 입은 20명의 예비 대학졸업생들이 빨래 청소 주방일 등 파출부 업무를 차분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1백여명의 관객들이 그들의 작업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이들 중 일부는 허베이(河北)대학 법과 및 경제무역과, 나머지는 항저우(杭州)대학 가정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허베이대 졸업생 전원은 이미 직장을 잡았다. 월 1천8백위안(약 26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1년 고용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한 학생은 "대학에서 영양학 유아교육 등의 과목을 배웠고,운전면허증 비서자격증도 땄다"며 "상하이에 와야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파출부 직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요즘 상하이에는 '대학생 파출부'가 화제다. 중소도시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상하이에 와 가정부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언론들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첫 직장으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파출부 일을 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9년 대학정원을 무려 48%나 늘린 뒤 계속 확대하고 있다. 98년 6백43만명이던 대학생(전문대 포함)은 지금 1천9백만명으로 늘었다.증원의 첫 대상자가 올 여름 졸업하게 된다. 당연히 대졸 취업 문제가 표면화될 수밖에 없다.박람회에 나온 한 학생의 반응은 중국 학생들의 취업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는 "남들이 파출부 직업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소중한 직장"이라며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대졸실업자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