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출 '뚝'…명절 되레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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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목을 앞둔 지역 경제에 명절특수는 커녕 찬바람만 불고 있다.
대기업들이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 등을 의식한 나머지 '접대나 명절선물은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는 등 윤리경영을 서두는 데다 국세청의 접대비 카드사용 제한 등으로 소비경기를 좌우하는 기업지출이 격감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 지역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포항지역의 경우 철강경기가 좋아 다른 지역에 비해 불황을 덜 타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포스코가 윤리경영 기치를 내걸고 '접대사절' '명절 선물사절'을 타협없이 밀어붙이면서 지역 소비경기가 죽을 쑤고 있다.
정장식 포항시장이 최근 포스코를 찾아 신용카드 사용이라도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하소연을 할 정도로 포스코 윤리경영의 충격이 크다.
작년 추석때 포항제철에 선물을 보냈다가 전부 되돌려 받았던 포항지역 협력업체들은 선물사절이 '1회성 엄포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번 설에는 하나같이 선물 보내기를 포기했다.
작년 추석의 경우 포스코 선물신고센터에 1백여건의 선물이 접수됐는데 지난 5일부터 지금까지 한건만 접수돼 되돌아갔다.
이같은 선물 안받기 운동에 포항의 롯데와 대백쇼핑센터 등 대형 백화점과 메가마트 등 설 선물을 판매하는 10여개의 유통업체들이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설 선물 특판부서에는 예년 이맘 때면 주문전화가 쏟아졌지만 올해는 부서직원들이 다른 부서 지원에 나설 정도로 상담전화가 거의 없다.
롯데백화점 박동규 홍보팀장은 "당장 상품권 판매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포스코의 윤리경영이 정착된 여파 등으로 올해 설 특판은 작년에 비해 50%이상 격감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윤리경영 바람에다 국세청의 접대비 제한,검찰의 비자금 수사 등 하나같이 명분이 훌륭하지만 가뜩이나 불경기인 상황에서 기업지출을 억제하는 요인들이 겹쳐 개인적인 선물쇼핑까지 위축되는 등 지역 소비경기를 고사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밀집한 울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울산상의 관계자도 "기업들이 활용해온 유흥주점은 물론 재래시장 회센터 같은 전형적인 서민접대 상가들에도 설경기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직원 개인경비라도 유흥주점 출입을 삼가라는 엄명을 내려놓은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사내 감찰팀을 동원해 음성적인 접대 등을 감시할 정도이다 보니 설대목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지역상인들은 푸념한다.
정부의 접대비 50만원 제한방침에 따라 고급 유흥주점이 밀집한 울산시 남구 삼산 신시가지는 불야성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생존에 타격을 입게 된 일부 유흥업소들은 여러개의 사업자 등록을 해놓고 다른 상호로 결제해 주는 편법도 동원해 보지만 한파를 버텨내기엔 역부족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