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세번 놀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선 거리를 빼곡히 메운 다양한 모델의 자동차가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만 있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동차가 많다는 얘기다. 다음은 그중 절반이상은 듣도 보도 못한 인도의 토종 자동차라는 사실이며 마지막은 길이 워낙 복잡해 시속 10~20㎞ 밖에 달리지 못하는데도 굳이 차를 끌고 나온다는 것이다. 인도가 초행길인 사람들은 5초마다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심각한 도로 체증에 진이 빠지고 만다. 차간 간격을 좁히기 위해 백미러를 한개만 달고 다니거나 수시로 끼어드는 운전 습관 탓에 자동차 뒷면에 "Please Horn"(경적을 울려주세요)을 써붙이고 다닐 정도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에는 앰배서더와 파드미니 2개의 승용차 모델밖에 없었다. 승용차를 사치품으로 인식해 높은 세금을 매기고 시장진입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외국계를 포함해 총 12개 자동차 메이커가 승용차 모델만도 30여종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고 메이커들의 틈바구니에 낀 토종 자동차들의 선전 또한 놀랍다. 비록 일본자본이 50% 섞였지만 인도의 국민차로 불리는 마루티는 승용차시장 점유율 49.7%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50년대 트럭 모델 하나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타타모터스는 현재 소형 승용차에서 40t 트럭까지 1백35종의 모델을 구비한 종합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98년에는 인도 유일의 순수국산차 인디카와 인디고를 생산하기도 했다. 특히 대우승용차 인수를 계기로 한국어판 홍보책자를 만들 정도로 해외 진출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에선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아무리 좋은 차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5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 전역의 자동차 대수는 무려 1백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도로는 7배 확충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뭄바이와 첸나이의 자동차 최고 시속은 각각 12㎞와 22㎞에 불과하다. 인도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긴 3백만㎞ 도로를 반듯하게 포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산업으로 자동차 산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김재일 인도법인장은 "2007년에는 승용차 수요가 연간 1백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첸나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