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퀸 메리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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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유람선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듯 교통수단이라기 보다는 바다위에 떠 있는 리조트라고 할 만하다.
객실이나 식사 등은 어느 일류 호텔에 뒤지지 않으며 영화관 공연 카지노 등 오락은 물론 수영 테니스 실내골프 조깅 댄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자동차운전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초기 유람선은 소형이 인기였다.
여행객들이 오붓하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람선이 종합레저타운의 성격을 가지면서 10만t 이상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해 배멀미의 원인이 되는 롤링이 거의 없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질 높은 서비스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천연빙벽의 알래스카를 돌고 비취빛 캐리비안을 오가고 멕시코 바하마 섬을 왕래하는 유람선은 모두가 한번쯤 경험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최대의 초호화 유람선인 15만t급 '퀸 메리 2호'가 어제 영국 남부 사우스햄턴항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 로더데일로 처녀항해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우리 돈으로 1조원이 투입된 이 배의 규모는 길이가 3백42m,높이는 23층 건물과 비슷한 71m,객실이 1천3백10개나 된다.
승선비용도 15일 일정에 6천만원까지 있다고 하니 그 사치스러움을 상상할 따름이다.
1912년 4월 역시 사우스햄턴항을 떠나 미국으로 처녀항해에 나섰다가 침몰한 타이타닉은 4만6천t이었다.
'퀸 메리 2호'는 영국 쿠나드해운회사가 프랑스 생 나제르의 샹티에르 드 라틀란티크 조선소에 발주해서 만들었다.
유람선 건조로 크게 명성을 날렸던 이 조선소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쇠퇴의 길을 걸어왔으나 퀸 메리 2호를 수주하면서 단번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고 한다.
유조선 벌크선 등에서 세계적인 건조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도 미래의 전략제품으로 호화유람선을 만들기 위해 고속여객선 기술개발과 함께 관련기자재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초호화 유람선이 각국의 여행객을 싣고 5대양 6대주를 누빌 그 날을 기다려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