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FTA 전쟁중] 日, 인도ㆍ태국 협정에 막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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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발효되는 인도ㆍ태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은 FTA가 단순히 해당 국가간 무역장벽을 허무는 차원을 넘어 무역전쟁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국ㆍ인도 FTA 타결의 배후엔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양국 정부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는 점은 현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까지 나서 제3국간 FTA에 로비를 벌이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한ㆍ칠레 FTA 비준마저 정치논리에 밀려 표류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인도ㆍ태국 FTA에 로비를 벌인 것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는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례적으로 고전하는 나라.
아직까지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 부품조달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ㆍ태국 FTA가 발효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태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던 30∼35%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06년부터 완전 철폐되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엔 '활로'가 열리는 반면 한국 업체들에는 '악재'인 셈이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은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비, 지난해 말 부품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현대차는 태국산 부품이 인도에서 생산된 부품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한 뒤 일부를 태국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일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인도ㆍ태국간 FTA가 발효되면 태국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부품의 대부분을 태국에서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성차는 물론이고 인도에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2002년에만 10만3천대를 판매,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혼다와 도요타를 합쳐 5%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6년까지 태국산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현대차는 인도 미국 유럽 업체는 물론 일본 업체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세계 각국간 FTA 확산으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인도에서만이 아니다.
특히 한ㆍ칠레 FTA의 국회 비준이 최근 또다시 연기되자 외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다.
"비교적 교역 규모가 작은 칠레와의 FTA도 비준이 되지 않는데 다른 나라와는 제대로 되겠느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원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들이 지금까지 2백60여건의 FTA를 맺은 가운데 우리나라만 '통상고아'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요 수출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설 땅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효된 미ㆍ칠레, 미ㆍ싱가포르 FTA로 인해 우리의 주요 수출품들은 칠레 시장에서는 미국 제품에, 미국 시장에선 싱가포르 제품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뉴델리=김병일ㆍ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