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읽었다는 책이 화제다.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체인지 몬스터''변화관리' 등으로 모두 제목에 '변화'가 들어가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장·차관급 공직자 1백10명과 함께 가진 '참여정부 3차 국정토론회'에서 이들 책의 주요 내용을 짚어가며 참여정부 2차연도의 화두로 '변화'를 내세웠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장·차관들이 앞다퉈 변화를 강조하고 나서자 공무원 사회엔 때 아닌 변화 관련 독서붐까지 일고 있다고 한다.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는 사실 90년대 말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아온 분야다. 기업체마다 변화를 주제로 삼아 사원교육에 열을 올렸다. 변화 무쌍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변화관리 서적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왔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기업 사회에는 이미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이제 그 바람이 공직사회에 부는 셈인데 때 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볼 것이 더 많다. 지난해 정부가 한 일이 말과 계획의 성찬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완성됐거나 만들고 있는 로드맵만 2백38개에 달한다. 노 대통령 자신도 토론회에서 "정부 내 사람이나 실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NATO(No Action,Talking Only:행동은 없고 말만 한다) 정부라는 냉소적 얘기가 없었던 게 아니다"라며 공직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로드맵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언록을 보면 노 대통령의 변화관리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상당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변화의 기술' 가운데 나오는 변화를 이루는 8단계 가운데 여섯개를 기억해 설명한 뒤 "두개 더 있는데 대강 그렇다"며 "뒤의 것은 몰라도 앞의 것만 하면 할 수 있다"고까지 설명했다. 제대로 읽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코멘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8단계 중에)빠진 것이 하나 있는 것 같다"며 "그 책이 당연히 전제한 것은 유능하고 의지에 불타는 열정적인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나름의 해석까지 덧붙였다. 대통령이 스스로 열정에 불타는 리더를 자임하고 나서고 있으니 실천과 변화의 한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나라 전체로 봐서 좋은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당장 불거진 뉴스만 보더라도 외교부 공무원들이 사석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씹고,또 청와대는 그걸 바로잡아놓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변화관리서들은 이런 반발을 심정적 저항으로 풀이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그리고 변화하기 싫어 현실에 안주하는 자기만족 등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런 저항을 없애기 위해 '위기감을 조성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직사회에,너 나아가 나라 전체에 위기감을 조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의 방향이 과연 옳은가도 짚어볼 문제다. 그 수많은 로드맵이란 것이 과연 실행되기만 하면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점검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나름대로 신념을 갖고 변화를 추진해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만큼 이런 저항과 반발에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돼있다. 그 과정을 불가피한 변화의 물결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불필요한 혼란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로드맵 작성 과정 못지 않게 더 혼란스런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건 기업 사례를 주로 다룬 변화관리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고 나라 전체가 걸린 일인만큼 새로운 토론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전문위원 겸 한경STYLE 편집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