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공계 지도자론 有感 .. 주태산 <맥스무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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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ts@maxmovie.com
요즘 이공계 출신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과 6자회담에서 보여준 대외정책의 유연함 등으로 주목받는 중국 지도부를 벤치마킹하자며 나온 주장이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당정치국 상무위원 9인이 모두 기술자 출신이므로 우리도 재도약을 위해 이공계 출신 지도자를 키우자는 내용인데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 출신 지도자론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힘든 구석도 있다.
덩샤오핑 이후 지속되어 온 산업성장과 실용주의적 정책노선 등이 전적으로 현 지도부의 출신성분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술 경력이 있는 지도자라야 기술강국이 되거나 제조업이 활력을 찾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개연성도 확신키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자란 리더십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목표를 설정하며 그들로 하여금 달성토록 이끈다.
그 리더십은 전공과 무관하며 각 리더십의 목표 역시 전공과는 별 상관이 없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미국의 정보기술(IT) 강국 토대를 닦은 레이건 전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이다.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도 순수 정치인이었지만 미 군정과 자국 정계를 아우르며 일본의 전후 부흥을 주도했다.
한고조 유방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는 초패왕 항우를 꺾고 천하를 제패한 후 이렇게 말했다.
"계책을 세워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는 데 있어 나는 책사 장량만 못하다.
국가의 안녕을 도모하고 군대의 양식을 대주는 데는 정승 소하만 못하다.싸우면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데는 대장군 한신만 못하다.하지만 나는 이들로 하여금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해 주었다."
국가든 기업이든 모든 조직은 지도자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공기업 등 조직의 장 인선에 해당분야 전문지식을 중시한다.
기업들은 경영학 박사나 경영학 석사(MBA) 출신부터 찾곤 한다.
물론 지도자가 리더십뿐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인문사회계 출신만 즐비하고 이공계 출신 지도자는 보기 드문 현실은 잘못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은 리더십 유무를 따진 다음에 판단할 사안이다.
지도자의 리더십 유무가 조직의 명운을 가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넘치나 지도자는 태부족한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