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거품 붕괴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고객을 빼앗기며 위축 일로를 걸어왔던 미국 나스닥(NASDAQ)이 대반격에 나섰다. 나스닥은 12일 뉴욕증시에서 상장된 종목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다는 '이중 상장(Dual Listing)' 제도를 도입했으며 휴렛팩커드와 온라인증권회사 찰스스왑 등 6개사가 내달부터 거래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보브 그리펠드 나스닥 CEO는 "나스닥은 수거래 중심의 NYSE와 달리 전자시스템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주식을 빠르게 매매할 수 있다"며 "상장 수수료를 두 곳에 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간 상장 수수료를 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거래소시장 중개인들의 손을 거치지 않아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기대된다"(찰스스왑),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거래의 기회를 줄 수 있다"(휴렛팩커드)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행 미국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어떤 거래소에도 같은 이름으로 상장할 수 있으나 수수료 부담 때문에 한 곳에만 상장해왔다. 나스닥의 이같은 공세는 생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2000년 상장기업이 5천개에 달했으나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지금은 3천4백개로 3분의 1 가량이 줄었다. 이 기간동안 나스닥에서 NYSE로 옮긴 기업은 1백19개였으나 거꾸로 방향을 튼 회사는 아에로플렉스라는 전자제품 제조회사 하나뿐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의 80% 가량이 현재 NYSE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나스닥 비중은 10~13%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