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졸속행정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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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국번호판 제도'가 시행 10여일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전국번호판 제도는 시·도를 옮겨 이사할 때마다 번호판을 바꿔야 했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새해들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국민의 혼란과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12일 "새해 1일부터 교부한 자동차 전국번호판의 디자인이 좋지 않다는 여론을 수용해 전면 개편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개정된 번호판이 숫자를 크게 해서 식별성은 향상됐으나 디자인 측면에서 미흡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애초부터 잘 만들지 왜 10여일만에 바꾸느냐'는 물음에 건교부 관계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미 전국번호판을 교부받은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교부받은 14만여명은 의무적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되지만 새로 교부받으려면 1만2천원을 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건교부는 자동차번호판 디자인을 바꾸면서 일부 번호판 제작업자들에 '이게 어떠냐'는 식의 의견을 들은 게 고작이었다.
이 같은 탁상행정은 네티즌들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전국번호판이 교부되자 건교부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매일 수십건씩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최소공간 규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백없이 숫자로 꽉 채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으며,또 다른 네티즌은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좀 효과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충고했다.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을 열흘만에 바꾸기로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는 6월까지 자동차 번호체계 자체를 완전 교체키로 한 점이다.
건교부는 "전국 번호판은 이달 말까지 국민공모 등을 받아 디자인을 보완한 후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서 "이와 병행해 30년간 유지해온 현행 번호판 체계도 6월까지 전문가 용역을 받아 색상 등을 전면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한번이면 끝낼 수 있는 번호판 교체를 두세번씩이나 해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졸속행정'으로 인한 부담과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민간기업이라면 이처럼 일한 직원은 당장 '해고'감이다.
김후진 사회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