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과 대미외교정책에 '폄하발언'을 한 외교부 북미국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민정수석실의 조사와 징계의 정당성을 놓고 정치권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13일 대통령과 대미정책에 대한 외교부 공무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사석에서 뿐 아니라 사무실 내 부서회의에서도 이뤄졌다며 관련자를 중징계키로 했다. 민정수석실은 이날 노 대통령에게 조사결과와 조치방안을 보고했으며,타 부처 공무원의 유사 발언에 대해서도 조사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관 외교 장관은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 일단 조사 결과를 보고 적절하게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 직원의 발언이 '김정일 호감세력이 노 대통령 지지층이라는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의 발언은 맞는 것,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대통령의 영향력은 없어지고 이 정권은 끝난다,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탈레반들에게 끌려다닌다'는 등 지금까지 알려진 언사보다 훨씬 심한 발언들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발언당사자 △맞장구 친 사람 △지휘책임자로 나누어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징계대상은 3∼4명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전 대통령을 사석에서 비판한 것이 보고됐지만 그냥 지나갔다"며 "내가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한 발언을 취소할 테니 외교관 문책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좌경화된 노선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NSC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연일 국민을 불안케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대통령이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공무원들은 '바람 풍'하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이번 설화 사태는 무능의 대명사였던 외교부 대미라인 간부들이 빚어낸 준비된 재앙"이라며 "외교부 내 숭미주의적 기득권 세력인 북미국 간부들을 즉각 경질하라"고 맞섰다. 허원순·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