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이 안기부자금 9백4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소위 '안풍(安風)사건'과 관련,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의원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강 의원 변호인측은 이같은 주장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을 법정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검찰의 전면적인 재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YS가 줬다"='안풍사건'에 대한 2심재판(16일)을 앞둔 13일 강 의원의 변호인 정인봉 변호사는 "강 의원에 대해 30여차례 변론을 하면서 확인한 기록과 진술을 종합해보면 YS가 강 의원에게 그 돈을 직접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강 의원은 총선 당시 당무보고차 청와대 집무실을 수시로 방문했고,그 자리에서 YS는 강 의원에게 1억원짜리 수표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2백억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강 의원은 그 돈을 경남종금 서울지점의 차명계좌 2곳에 입금해놓고 당 운영비와 총선 지원금으로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S측 "아는 바 없다"=김 전 대통령 측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변호사들이 변론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1년 전부터 변호사들이 주장해 온 것으로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계 핵심인 강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강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이 항소심 마지막 재판이어서 사건의 실체를 얘기해야 변론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95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김기섭 안기부 차장으로부터 2백57억원의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김덕룡 의원도 말문을 닫았다. ◆검찰 "YS조사계획 없다"=대검 중수부는 이날 "변호인 주장만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현재까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또 "'안풍' 당시 한나라당에 유입된 돈은 안기부 예산이 확실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6일 열리는 2심재판에서 강 의원의 진술을 지켜본 뒤 전면 재수사 및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김형배·이태명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