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구조본 출신.테크노CEO 전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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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눈부신 실적 향상에 따른 성과보상과 함께 전자.금융 사업의 진용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요약된다.
구조조정본부 출신 인사들의 약진과 기술인력의 중용도 빼놓을 수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기존 경영의 양대 축인 이학수 구조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생활가전 총괄을 겸임토록 함으로써 경영안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동시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소장파들을 대거 사장단에 기용해 경영일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룹의 경영방침인 '글로벌 일류기업'을 강력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조본의 위상 강화
이학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으로써 그동안 정부의 압력 등으로 '역할 축소론'에 시달렸던 구조본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됐다.
사실 이 부회장의 승진은 지난 수 년간 구조조정에 기여한 공로 등을 감안할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기회'도 많았지만 본인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사해 성사되지 못했다가 이번에 이 회장이 강력하게 권유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인주 구조본 재무팀장의 사장 발탁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삼성 측은 그룹이 매년 10조원대의 수익을 내는 경영체제를 수립한 데는 김 사장의 기여가 상당했다고 보고 있어 앞으로 더욱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본의 경영진단팀을 맡고 있던 박근희 부사장이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옮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사장은 지난 6년간 경영진단팀을 맡아 주요 기업들의 체질개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달 초 합병하는 삼성카드 유석렬 사장과 함께 금융부문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카드·캐피털사업을 구조본 주도 아래 확실하게 정상화시키겠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구조본 출신인 이창렬 삼성중공업 부사장도 일본삼성 사장으로 승진,정준명 현 일본삼성 사장과 함께 공동으로 해외 경영일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노 CEO의 약진
이공계 출신의 사장들이 대거 중용됐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반도체 총괄사업부를 맡은 황창규 사장.
'미스터 플래시'로 불리며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플래시 메모리분야에서 사상 최초로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만든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활동적이고 남다른 추진력을 갖춘 그의 총괄사장 승진은 향후 반도체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를 짐작케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반도체 총괄사업의 한 부분이었던 LCD부문이 이번 인사에서 이상완 사장이 이끄는 독립 총괄사업부로 바뀐 것도 이채롭다.
LCD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휴대전화와 함께 3대 '캐시 카우(수익창출원)'로 입지를 굳힌 데다 TFT-LCD와 유기EL 등 미래의 대표적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부문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시스템LSI 사업을 이끌어왔던 임형규 사장 역시 이번에 삼성전자의 CTO(기술부문 최고경영자)를 맡아 건재를 입증했다.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사업 등 삼성전자의 차세대 핵심사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미디어(DM)부문의 최지성 총괄 부사장은 이공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대제 전(前) 사장의 정보통신부 장관 진출로 공석이 된 사장직을 맡아 지난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DM부문의 활동을 인정받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