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여파 ABS시장 흔들 ‥ '안전' 대명사서 위험 인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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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자산담보부증권)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AB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ABS 발행량이 급감하고 발행금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막힌 셈이다.
◆ ABS시장 꽁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들어 ABS 발행규모는 약 3천3백억원(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간 ABS 월평균 발행규모가 3조7천억원이었던데 비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ABS 발행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은 것은 LG카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ABS만기 연장'이라는 '초법적 조치'가 발동되면서 'ABS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BS를 발행하려는 업체는 많지만 이를 사겠다는 투자자는 줄어들다 보니 ABS 발행금리도 치솟고 있다.
대우캐피탈은 지난 12일 1천5백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이 때 적용된 금리는 연 6.7% 내외.
LG카드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트리플 A채권을 기준으로 0.7%포인트의 추가금리(프리미엄)만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ABS를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들어 프리미엄은 1.5%포인트 내외로 높아졌다.
ABS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초우량채권인 트리플 A채권과 ABS간의 발행 금리차(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시장질서 무너진다
정부는 LG카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LG카드 ABS(총 8조원)를 1년간 만기 연장토록 유도했다.
ABS 만기 연장시 자산담보부족액에 대해선 LG카드의 CP(기업어음)나 카드채로 돌려받으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들은 "ABS만기 연장 자체도 무리지만 ABS 담보부족액을 CP나 카드채로 돌려받으라는 것은 ABS시장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LG카드의 자산감축으로 인해 ABS 만기연장시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부족하면 이는 현금으로 돌려줘야지 CP나 카드채로 돌려줘선 안된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ABS(담보채권)와 CP(비담보채권)는 엄연히 질이 다른 채권인데 이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기업 자금조달 비용 높아질 듯
금융전문가들은 "ABS시장 질서'가 무너지면 이는 기업들의 조달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BS는 기업이 망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채권'이라는 금융시장의 상식이 붕괴됨에 따라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 자금팀 관계자는 "ABS의 장점은 발행기업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담보자산의 질만 좋으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점"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ABS 투자자들이 발행 금융사의 신용도에 따라 ABS의 금리를 결정하게 됐고 이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