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내수株] 주가 1000시대 "우리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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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증시의 출발이 힘차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korea)' 행진 덕분이다.
올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벌써 3조원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외국인의 매수 타깃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탓에 종합주가지수는 올라도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더 많이 생기는 주가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증권사 일선 지점마다 '주식시장이 호황이지만 먹을게 없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푸념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주로 사는 정보통신(IT) 및 수출관련 대형주를 추격 매수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외국인이 앞으로도 계속 매수에 나설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며 긴 호흡'을 할 때라고 강조한다.
IT와 수출관련주의 매수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내수 관련주에 주목해볼만한 시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 내수경기의 회복 모멘텀
지난해 증시에서 가장 큰 모멘텀은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매수세(14조원 순매수)와 월간 단위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수출이었다.
반면 내수경기는 악화일로였고 개인투자자들은 증시를 이탈했다.
'수출주 vs 내수주'와 '외국인 주식매수 vs 국내투자자 매도'라는 대립구도가 뚜렷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시장의 발목을 잡왔던 내수경기가 올 2분기부터 점차 개선되면서 올해는 이같은 대립구도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경기 회복이 주가상승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나온 통계지표를 보면 내수회복이 가시권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현재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와 '소비자 평가지수'는 작년 12월에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반영하는 소비지출 기대지수도 2개월 연속 100을 넘어 가계의 소비침체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수출경기의 지속적인 호전, LG카드 사태해결, 소비자 기대심리 상승 등을 고려하면 내수경기는 2분기중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매수 타이밍은 1분기
그렇다면 내수 관련주는 언제쯤 사야 좋을까.
물론 경기가 돌아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 사면 가장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주가는 속성상 실물경기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주식투자는 기대감과 가능성에 대해 베팅을 해야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현실화될 때는 이미 늦다는 것이다.
IT경기의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상반기에 IT주를 선취매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우증권이 분석한 내수업종 경기동향에 따르면 △은행 △증권 △음식료 △패션 △섬유 △제약 △미디어업종 등은 지난해 말 현재 대부분 침체 또는 회복국면 초기상태에 있다.
그러나 올해 말에는 은행, 증권, 섬유, 음식료, 유통 등은 활황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IT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이 바로 내수 우량주의 저점 매수기회"라고 말했다.
◆ 내수주의 리레이팅(re-rating)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대표 내수주의 부상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신세계 농심 태평양 한섬 등은 지난 한햇동안 IT관련주 못지 않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내수주의 강세에 대해 서희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불황기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시장지배력이 강한 업종 대표기업의 수익성 호전이 지속된 결과"라면서 "내수주에서도 주가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수주는 성장성이 낮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받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내수주의 PER가 6∼7배에 도달하면 상투'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심은 지난해 주가가 세배 이상 오르며 PER가 9배를 넘어섰다.
오리온의 PER는 10배, 하이트맥주는 12배나 된다.
특히 수년간 PER가 5∼6배 사이에 갇혀 있던 농심의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은 눈여겨봐야할 일이다.
내수 우량주의 장기투자 여건이 점차 무르익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수경기가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 경우 업종대표주 뿐만 아니라 주변 종목들로도 매수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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