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3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시간동안 청취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대학 등록금으로부터 세금, 마약, 망명자, 이라크 전쟁 등 다양한 시사문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블레어 총리는 LBC 97.3 FM 라디오 방송의 진행을 직접 맡아 청취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한편 상품 광고와 교통 정보까지 소개하는 등 방송 진행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 냈다. 한 여성이 "헬로, 토니!"라고 인사한 뒤 정부에 `평화부'를 신설하자고 제의하자 블레어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이지만 별도의 부처를 신설하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대답하고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집권 6년여 만에 최대의 시련에 휘말리고 있는 블레어 총리에게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동당이 마련한 "국민과의 대화"(Big Conversation) 각본에따라 마련된 것. 블레어 총리는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가 거론되자 "지금 당장 인상된 금액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졸업한 뒤 소득 액수에 따라 갚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대마초의 불법성 여부를 묻는 청취자에게는 "대마초는 여전히 불법이며 경찰은 단속권을 갖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망명자 문제가 나오자 1년 전만 해도 매달 8천-9천명이던 망명 신청자가지금은 3천500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이라크 출신 청취자로부터 영국이 전쟁에 가담하도록 오도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영국민이 오도됐는지, 아닌지 논쟁을 벌이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지금 이라크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대답하고 현재 이라크에서 1만7천건의 건설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등 이라크 전체가 탈바꿈하고 있으며 영국은 현상황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한 청취자로부터 "현직에서 물러난 뒤 나중에 LBC 방송 진행자로 취직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자 "`나중에'란 말을 해 줘서 고맙다"고 응수했다. 한편 자유민주당의 런던시장 후보인 사이먼 휴즈는 "블레어 총리는 `듣는 훈련'을 위해 이 프로를 맡았다고 했지만 이라크 전쟁이나 등록금 문제에 대해 청취자의견해를 듣는 척만 했다. 오늘 진행 태도를 보니 현직을 그만둘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