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 밑에 약졸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용장과 맹장을 최고의 장수로 여겼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함을 과시하면 상대방도 기가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이 개인의 힘에 의존하다 점차 전략,전술의 싸움으로 바뀌자 지장(智將)이 각광받게 되었다. 용장,맹장으로는 패튼 장군이 떠오르고 지장하면 '사막의 여우' 소리를 듣던 롬멜 장군을 들 수 있다. 지장보다 한 수 위가 덕장(德將)이다. 그릇이 크고 인품이 좋아서 부하들이 마음으로 승복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나 2차 세계대전 때의 몽고메리 장군 등은 덕장에 속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덕장보다도 더 막강한 장수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운장(運將)'이다. 운장이란 운이 따르는 장수다. 이 운장의 개념은 병서에서 정식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실전에서는 매우 중시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고대부터 중요한 승부처에는 운이 따르는 장군을 투입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도 유난히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 분명히 OB가 날 샷인데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 중간으로 볼이 튀어 들어온다. 볼이 벙커턱에 맞고 홀에 붙는가 하면,연못 안에 있는 바위를 맞추고도 온그린되는 경우도 있다. 카트도로에 맞아서 보너스를 받기도 하고 한없이 굴러서 그린 옆까지 가기도 한다. 골프장에서 이런 '운장'을 만나면 용장,맹장은 입에서 거품이 나고 지장은 헷갈리고 덕장도 심란해진다. 운이란 아직까지 과학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실존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경영자 중에도 운이 좋은 사람이 있고 운이 나쁜 사람도 있다. 회사도 사운이 있고 국가도 국운이 있다. 이 운이 살아나면 어지간한 힘이나 머리로는 당할 재간이 없다. 운은 과연 관리할 수 없는 것일까? 엄밀한 과학적 관리는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법칙은 찾아낼 수 있다. 첫째,운은 실존한다. 둘째,운은 운을 믿는 사람에게 따라온다. 셋째,운이 또다른 운을 불러들인다. 넷째,운은 실력과 비례한다. 다섯째,운은 마음의 문을 통해 들어간다. 여섯째,운은 머리가 복잡하면 도망간다. 일곱째,운은 생로병사의 사이클이 있다. 최고경영자는 사운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직원들이 봉사와 선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로 칭찬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골프장에서 행운이 따르는 사람을 보고 '평소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모양이죠'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골프든 사업이든 운이 따라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 실력뿐만 아니라 운까지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