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민간은행인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가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실패,1천7백억원 상당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미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잘못된 판단을 근거로 파생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1억8천만 호주달러(1억4천만 미달러)의 손실을 낸 것이다. 이는 호주 금융스캔들 사상 최대 손실액이다. 사건은 작년 10월 멜버른 NAB 본사에서 근무하던 한 외환트레이더가 미달러가치가 오르고 호주 및 뉴질랜드달러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대규모 외환옵션거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는 예상과 달리 미달러가치는 급락하고 호주 및 뉴질랜드달러 가치가 급등,수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본사 내 2명의 트레이더와 영국 런던현지법인 트레이더 한 명의 도움을 받아 투자규모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미달러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작년 12월 말까지 3개월간 모두 1억4천만달러를 잃고 말았다. 이 기간 중 호주 및 뉴질랜드달러가 각각 15% 올랐다. 초기 손실 때 과감히 손절매를 하고 손을 뗐어야 했으나 손실만회의 유혹 때문에 손실을 오히려 키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동안 은행측은 이같은 환투기의 낌새를 맡지 못하다가 최근 한 직원의 고발로 겨우 사건을 적발,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 최악의 파생금융상품 스캔들은 지난 1995년의 영국 베어링은행 사건으로 당시 28세의 트레이더 닉 리슨은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했다가 14억달러를 잃었다. 이 사건으로 2백30년 역사의 베어링은행은 단돈 1파운드에 네덜란드 ING로 넘어갔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