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다시 본다] 인도 : (9ㆍ끝) '시장 주름잡는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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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 현지공장(HMI).
일요일인 지난달 14일에도 종업원들이 출근해 열심히 라인을 돌리고 있었다.
'8시간 2교대(하루 16시간)→9시간 2교대(하루 18시간)→10시간+9시간(하루 19시간)'등 으로 공장가동 시간을 늘렸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4월 생산규모를 연 10만대에서 15만대로 확대했지만 그 뒤에도 공급이 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급기야는 휴일에도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으면 올들어서는 아예 8시간 3교대,24시간 풀가동 체제로 들어갔다.
현대차는 1억8천만 달러를 투입, 오는 7월까지는 연산 25만대 체제를 갖추기로 하고 현재 증설공사를 진행중이다.
지난 98년 9월 인도 생산 제1호 모델인 상트로(경차 아토스의 변형모델)를 시작으로 액센트(99년 10월)와 쏘나타(2001년 7월)를 잇따라 생산 중인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승용차 시장의 22%를 차지했다.
인도업체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다.
현대자동차 뿐만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인도에서 눈부시게 약진하고 있다.
뉴델리 근처 노이다 공단에 자리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인도 현지공장에서는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냉장고 컬러TV 등을 생산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서 한국기업이 시장점유율 1위이다.
인도에서 팔리는 컬러TV는 4대 중 1대가 한국기업 제품이다.
김광로 LG전자 인도법인장(부사장)은 "가전제품 중 매출과 이익면에서 단연 1위 품목은 컬러TV"라며 "2005년엔 인도 가전제품 시장이 1백25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계속해서 인도는 한국 기업의 황금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사장은 "인도인 직원들에게 과감한 '권한이양(empowerment)전략'을 구사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며 "가전제품 세일즈맨들에게 판매와 이익을 책임지게 만들면서 필요한 경비지출 등에 대한 권한을 파격적으로 위임해 이들이 2∼3배의 능력을 발휘하게 유도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박봉식 부장은 "인도공장의 생산성은 전세계 어느 삼성전자 공장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며 "지난해 컬러TV 1인당 생산대수가 81대에 달했는데 이는 한국 공장의 1백20% 수준"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함께 시장의 3분1씩을 차지하고 있는 휴대폰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상품이다.
인도 휴대폰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라마찬드란 인도 휴대폰협회장은 "인도 휴대폰 보유자는 지난달 2천8백20만명이었지만 오는 2006년 하반기에는 1억2천5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9년에는 세계 최대의 휴대폰 시장인 중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성공적인 인도 안착은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인도의 유력 경제일간지인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한국 기업들의 맹공(The Korean Blitz)'이라는 전면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기업들의 투자 성공요인과 성과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한국기업의 성공요인으로 △인도를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집중적인 투자 △외국업체와의 가격경쟁을 피하는 고가전략 △시장진입후 끊임없는 현지화 전략 등을 꼽았다.
사티쉬 카우라 삼텔컬러 회장은 "한국기업들은 지난 7∼8년동안 인도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이제 인도의 지방 소도시에서도 한국 기업은 유명하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인도를 저비용 생산기지로 활용,인도 내수시장뿐 아니라 인근 국가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대 중국투자와 비교하면 한국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94년 대우자동차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95개 기업이 인도에 상륙했으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를 빼고는 아직 규모가 미미하다.
하지만 인도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기업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서서히 인도에 눈길을 주고있어 대 인도투자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첸나이ㆍ노이다=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