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1) '고용없는 성장' 현실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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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서 퍼지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한국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기업들의 인력 고용과 해고를 '시장원리'에 맞춰 주지 않는 한 '일자리 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다.
'고용 없는 성장의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지난 8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 의해 강력하게 제기됐다.
박 총재는 "올해 한국경제가 6% 정도로 성장하더라도 성장의 내용이 받쳐 주지 못해 일자리가 작년에 이어 줄거나 늘더라도 크게 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도 외환위기 전까지 평균 0.33 수준을 유지하던 고용탄성치(취업자 증가율/경제성장률)가 지난해 0.16(추정치)으로 급락했다고 지적, 한국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최경수 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진 것은 민간소비가 1%나 줄어든게 주 요인"이라며 "올해 소비가 회복된다면 일자리 창출 능력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경제가 발전할수록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고용 창출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국이 고용 없는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한국경제의 주변 여건이 일자리 창출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데는 이들도 같은 생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와 기업들의 해외 이전, 후발 국가들의 추격 등 1970,80년대 서유럽에서 고용 없는 성장을 촉발했던 징후들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유경준 위원은 "지난 70,80년대 미국이 유럽에 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완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해고의 유연성'뿐 아니라 '직장 이동의 유연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정부는 고용알선 사업을 활성화하고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등 노동인력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