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혁신의 현장] (9) 모닝웰 ‥ '낙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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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식품을 생산하는 모닝웰 인천공장.
이 공장 2층 복도에 들어서면 양면의 벽과 천장에 붙은 낙서가 눈에 띈다.
'사장님, 월급 1.5배로 올려 주세요.'
'00팀장님, 짱이에요.'
각각의 낙서장엔 애교섞인 문구에서 각종 요구사항까지 다양한 내용이 적혀 있다.
A4 용지 10장을 합쳐 놓은 크기의 낙서장 1백여개는 어느덧 40여m 복도 양쪽 벽면을 가득 메웠다.
요즘엔 천장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2층 복도는 '낙서골목'이란 별칭을 얻었다.
"직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실천에 옮기도록 요구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직원들과의 관계가 다소 각박해지는 것 같았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일 백지 낙서장을 붙여 놓습니다."
이 회사 이강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수시로 '낙서골목'에 들러 낙서 내용이 합리적인 경우 즉석에서 개선토록 조치하기도 한다.
대부분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현장의 날카로운 요구사항도 종종 등장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모닝웰에선 25개 동아리(분임조)가 공장 곳곳에 붙여둔 차트도 시선을 끈다.
동아리별로 낭비 요인을 찾아내 개선된 내용을 기록하는 모닝웰의 자랑거리다.
본사 2층 경영혁신팀 벽면에 붙어 있는 수십장의 차트에선 97년 시작된 혁신활동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97년 처음 붙은 전지 크기의 차트는 이미 누렇게 빛이 바래 있었다.
국주호 공장장은 "벽을 도배하다시피 한 성과물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면서 "과연 우리가 이 많은 것들을 이뤄낸 것이냐"고 동료에게 되묻기까지 했다.
이처럼 모닝웰 공장 곳곳엔 볼거리가 많다.
그냥 재미있는 볼거리는 아니다.
모두가 생산성을 높이는데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들이다.
볼거리가 다양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 공장을 견학하러 오는 외부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견학을 신청한 소비자들은 물론 동업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위생' '안전' '청결' 등은 모닝웰 직원들이 잠시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말들이다.
생산성을 높여 매출과 이익이 늘더라도 제품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식품회사들이 하루 아침에 퇴출된 국내외 사례는 대부분 소홀한 안전관리 때문이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을 겪고 있는 요즘, 식품안전 확보는 먹거리 회사들의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모닝웰 생산현장 입구에 마련된 장화 진열대.
근로자들은 이 곳에서 '장화 바닥에 키스할 수 있을 때까지…'라는 말을 되뇌인다.
장화를 신었다고 끝이 아니다.
세제와 소독액으로 손을 닦은 뒤 에어샤워기에서 각종 먼지를 없앤다.
다음엔 알코올 분무기로 손을 또 세척한다.
작업장에 마련된 수조와 소독조까지 합하면 직원들은 작업 시작에 앞서 손을 다섯번이나 씻는 셈이다.
작업장 내 화장실은 모닝웰의 청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장소다.
얼핏 보기에도 특급호텔보다 깨끗한 느낌을 준다.
전용 신발도 따로 마련돼 있다.
"한번 뒹굴어 보세요. 먼지가 거의 묻어나지 않을 겁니다. 정말 괜찮다니까요."(박계준 경영혁신팀 대리)
원료를 처리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엔 다단계 검증장치가 마련돼 있다.
모닝웰은 과거엔 포장 과정에만 금속체크기를 뒀지만 지금은 제품에 따라 4,5개를 운영하고 있다.
금속체크기는 철과 비철 등 이물질이 들어 있는 식재료를 예외없이 골라낸다.
문제가 생기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거나 자동으로 솎아내는 시스템도 갖췄다.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의 '깔끔이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강수 대표는 "안전확보는 식품기업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과제"라며 "모닝웰의 안전관리는 대한민국 냉동식품 업체중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인천=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