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격 경질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보좌진이 써준 연설문 대신 메모로 이임사를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아쉬운 점은 취임 후 첫 실·국장회의 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손과 발이 돼 집행하는 사람이 외교관인 만큼 언행에 극히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는 데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성했다. 그는 이어 "분단국가인 한국에 남북의 평화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한미동맹은 중요하다"며 "누군가 숭미(崇美)라고 하는 데 용미(用美)랄까 이런 것과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대나무는 삭풍이 불 때 흔들릴 지라도 꺾이지 않듯이 유연성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은 "한국은 국제정치의 공백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면서 "이런 관계를 인정하고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국익을 추구할 여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오는 3월부터 서울대 외교학과에 복직할 예정이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외교장관으로 발탁되면서 휴직원을 제출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