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시장에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없다. 내수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주가의 레벌업이 예상보다 늦추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의 효과는 주가나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예전보다 부유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소비 지출을 늘리고 이에따라 경기가 선(善)순환에 들어가는 경향을 말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수록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고 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개인의 주식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일반인이 주로 갖고 있는 중소형들은 최근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받고 있어 부의 효과를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기대하기 어려운 부의 효과 부의 효과는 '자산가격 상승→소비지출 확대→기업매출 증대→경기상승→소비 증대'라는 선순환을 불러오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지난 90년대 미국 경제 및 증시의 10년 호황은 이같은 부의 효과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현 한국증시에서는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바닥권에서 50% 이상 올랐지만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주식비중(거래소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96년 30.8%에서 2002년 말 22.3%로 크게 낮아지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개인이 지난 한해 6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올 1월 현재 개인 비중은 20%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비중은 96년 말 13%에서 41.25%로 높아졌다. 주가 양극화도 부의 효과를 엷게 해주고 있다. 외국인이 사는 대형주만 오르고 중소형주는 약세를 지속해 개인투자자의 상실감은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가 조정세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금리마저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담보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내수관련주 회복세 늦어질까 증시에서 '부의 효과'가 사라질 경우 내수관련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부양조치 및 '부의 효과'등에 힘입어 내수경기가 이르면 올 1분기,늦어도 2분기내에 본격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들어 그 시기가 좀더 늦어질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년 하반기 큰 폭으로 상승했던 신세계 현대백화점 농심 등 내수 우량주가 올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