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08
수정2006.04.01 22:10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대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은행의 덩치가 커질수록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5일 '은행 대형화와 은행 부실 위험'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99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국내 17개 은행의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은행의 규모가 클수록 주가수익비율(PER)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ER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 변동성이 큰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그 만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덩치가 커질수록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대형 은행의 경우 경영진들이 '대마불사'(大馬不死) 심리를 갖고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은행이 대형화 될수록 시장지배력이 커져 효율성 제고 노력에 소홀해 지는 것도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은행 수가 너무 많은 것이 은행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진단에 따라 정부가 대형화 정책을 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형 은행의 도산은 전체 금융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은 재무제표 뿐 아니라 후순위채 금리 등 증시에서 나오는 건전성 지표까지 포함해 더 정교한 위험분석 모델을 만들어 위험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 은행들이 예금보험제도를 믿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예금보험료율을 위험도에 따라 차등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고서는 은행의 안정성이 규모에 관계 없이 경기나 금융시장 상황 등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점으로 미뤄 국내 은행들의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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