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차액결제선물환(NDF.non-deliverable forward) 매입초과 포지션을 제한한 것은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방어가 한계에 달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은 최근 3~4개월 동안 국내 외환시장 뿐 아니라 역외 NDF시장에까지 개입하며 환율하락 저지에 안간힘을 써왔다. 수출업계의 가격경쟁력 지원을 겨냥한 이같은 반복적 개입은 그러나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초래하게 됐고,정부가 이에 대해 긴급 대응책을 내놓은 셈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저지하기 위한 그동안의 환율 떠받치기가 또 다른 무리수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외국인 NDF매도 금지 재경부가 국내 금융회사(외국계은행 국내지점 포함)의 비거주자(외국인)에 대한 역외선물환 매입초과 포지션을 1백10%(14일자 기준) 이내로 제한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추가적으로 NDF 매도계약을 맺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NDF 매도를 하고 싶어도 받아줄(매수해줄) 상대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14일자 기준으로 1억달러 매입초과(매도계약보다 매입계약이 많은 상태)인 금융회사의 경우 앞으로 추가로 매입계약을 맺을 수 있는 여력은 1천만달러에 불과하다. 14일 현재 외국인과의 NDF매도와 매입물량이 같은 수준을 유지한 금융회사는 아예 외국인과 NDF매입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다. ◆딜레마에 빠진 환율정책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NDF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투기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현물환 기준)이 20억∼30억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이번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그러나 재경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자충수'라고 깎아내리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들이 마음놓고 NDF매도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받아주는 세력이 있었다는 것인 데 이 역할을 대부분 재경부가 담당했다"고 꼬집었다. 국내 은행 딜러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상대방(재경부)의 패를 훤히 보고 카드게임을 한 것"이라며 "환율하락 추세를 재경부가 억지로 막고 있는 인위적인 상황 자체가 환투기 세력들에겐 '꽃놀이 패'였다"고 비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재경부가 NDF시장을 통해 매입한 물량이 현재 1백억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계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더 이상 NDF를 사들일 여력이 없어지자 이를 소진할 방책의 하나로 이번 제한조치를 내놓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NDF매도의 길이 막힌 외국인들이 작전을 바꿔 매입전략으로 돌아서면 이를 이용해 잔뜩 짊어지고 있는 1백억달러의 매입물량을 털어내겠다는 게 재경부의 복안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시장 역행한다' 반발 거세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라며 "절대 외환규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싸늘하다. 시중 은행 딜러는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외환시장 규제를 풀지는 못할 망정 더 강화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NDF매도물량을 사줄 사람이 없어질 경우 NDF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폭락해 국내 외환시장에도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