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ticketlink.co.kr > 네살배기 아들이 엄마가 출근할 기색만 보이면 현관 앞에 드러누워 회사에 못 가게 떼를 쓴다. 이리저리 달래서 아이의 기분이 간신히 가라앉았다 싶어 출근할라 치면, 금방 또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엄마, 언제 와? 깜깜할 때 오지 말고 하얄 때 와야 해"라고 말한다. 아침마다 아이를 보면 여간 마음이 아픈게 아니다. 우리 아이만 유난스러운가 싶어 주변의 엄마 직장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는 함께 느끼는 고민인 듯싶다. 세상이 여자들에게 참 좋아지긴 했다. 여성 정치인, 장관, CEO도 이제 주변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심으로는 알고 있다. 일터에서 만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엄마 직장인들. 남자들 못지않게 일하고, 때로는 주어진 업무에 폐가 될까봐 당당하게 육아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속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음을. 엄마 직장인들은 마치 여러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돌리는 저글링 곡예를 하고 있는 듯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직장 성공 남편 아이 친구 살림이라는 이름의 공들을…. 어떤 공들은 떨어뜨리면 다시 튀어오르지만 그 중 어떤 공은 유리로 되어 있어 떨어뜨리면 곧바로 깨지는 것들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친정에 SOS를 보내는 수밖에. 젊은 시절엔 그 시절대로 남들 하는 고생 다 하시고 이제 편안하게 쉬실 노년에 어머니는 또 무슨 업보란 말인가. 이래저래 친정 어머니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엄마들이다. 아직은 과도기인 모양이다. 한국의 IT산업이 첨단에 접근하고 이런저런 제도가 여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실생활과 맞닿은 부분, 즉 문화의 영역은 산업구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여성 정책도 이제 여성 고용의무제나 수치적인 고용비율 향상과 같은 초기 단계를 지나 일하는 여성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성숙할 시간을 맞은 것 같다. 일하는 여성들이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이 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직장과 삶의 다른 소중한 것들이 무엇을 버려야만 하는 선택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이 땅의 엄마들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