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썰물…증시수급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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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 장세가 펼쳐지면서 증시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등현상은 오히려 주식형펀드의 환매 물량을 늘려 투신권 매물이 그칠 줄 모르고 나오고 있다.
투신권의 순수주식형 수탁고는 8조원 밑으로 떨어져 약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프로그램 매물도 지난 5일 이후 단 하루를 빼고 연일 매도우위를 나타내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후까지 이같은 수급 상황이 지속되며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주식형 수탁고는 외환위기 직후 수준
투신권의 순수주식형 수탁고는 열흘째 감소, 지난 14일 현재 7조9천9백50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2년 3월 이후 약 2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식형수탁고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9월께 7조원대를 기록했었다.
장동헌 SK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가 850선에 들어서면서 원금을 회복한 펀드의 환매물량은 늘어나는 반면 신규자금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 매수를 기다리고 있는 연기금 노동부 정통부 등의 자금이 들어와야 수탁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개인 자금의 투신권 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창훈 동원투신 상무는 "과거와는 다르게 대체 상품이 등장해 투신권의 주식형상품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상품은 혼합형상품을,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순수주식형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2002년 초 800포인트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의 원금이 회복되면서 펀드 환매가 될 수 있는 물량은 거의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형수탁고는 현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국인 발목 잡는 프로그램매매
주식형펀드 환매 물량 외에 프로그램 매물도 외국인 매수세의 효과를 반감시키며 수급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선물과 연계된 차익성매물은 물론 비차익성 매물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이달 12일 이후 이날까지 8천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선물베이시스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최근 청산된 매수차익 잔고가 재유입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적어도 설 연휴 이후까진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역외선물환시장(NDF)시장의 매입포지션 한도 규제조치로 인해 원화절상 기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 확산될 경우 일부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증시의 장기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 투자자는 현대차 POSCO 등 업종대표 옐로칩을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