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나사풀린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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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한국전력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으면서 월 1백Kwh 이하의 전기를 쓰는 가정'에는 혹한ㆍ혹서기중 전기료를 못내더라도 전기를 끊지 않기로 '전기공급 약관'을 고쳤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사실무근임이 곧바로 밝혀졌다.
발표 내용을 접한 한전이 즉각 다른 내용의 자료를 내놓은 것.
내용은 단전 유예 대상이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나 전기 사용량과는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일괄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한전은 또 단전 유예 대상을 한정하는 문제로 공정위와 협의한 적이 없고,그럴 계획도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마디로 공정위 발표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한 공정위의 답이 가관이다.
담당 공무원은 처음엔 "한전의 내부 규정이 모호해서 이번에 협의를 거쳐 단전 유예대상을 약관에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 자료가 나온 후엔 답이 달라졌다.
"한전이 그런 식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한전이 어떻게 약관을 고쳤고 어떻게 다듬을 지를 한번도 확인하지 않은 채 책상에 앉아 혼자서 '소설'을 썼다는 얘기다.
공정위 공보실의 행태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보실은 한전 자료를 나중에 배포하면서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과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달라진 것은 없고 그냥 참고 차원에서 낸 것일 뿐"이라고 둘러댔다.
공정위는 우리나라 기업 관련 규제를 총괄하는 부처다.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려 정책을 만들어내고 공보실은 대충 이유를 둘러댈 수 있는 '헐렁한' 부서가 아니다.
기업 정책의 수많은 논란거리들이 공정위의 이같은 근무 행태속에서 나온 산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