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3) '행정규제가 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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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전구ㆍ램프 생산업체 J사.
이 회사 K사장은 공장규제 얘기만 나오면 울화통이 치민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지에서 밀려드는 수출물량을 소화해낼 수 없어 대만으로부터 1백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공장건축 총량규제에 걸려 투자유치가 무산됐다.
경기도 부천시 A사는 과밀억제지역 규제로 인해 제조시설 및 연구소 증설이 좌절됐고 경기도 이천시 E사는 성장관리지역 규제에 묶여 공장설립을 포기했다.
결국 이들 회사가 만들수 있었던 수백명의 일자리는 생겨나지 못했다.
이처럼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는 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즉 △공장건축 총량규제 △과밀억제지역 규제 △성장관리지역 규제 △자연보전지역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규제들에 묶여 투자계획을 포기하고 채용계획을 접어야 하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에서 벗어나 보려다가 법을 어기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업체와 기술제휴로 공기압축 침대를 생산하는 경기도 김포시 E사는 급증하는 납품물량을 대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려 했지만 공장건축 총량규제 때문에 불법으로 생산라인을 확충했다가 당국에 고발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만 제대로 풀어도 어림잡아 연간 1만명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경기 화성)와 쌍용자동차(경기 평택)의 수도권 공장 증설에 대한 규제 문제만 보더라도 이같은 추정은 현실감 있게 와 닿는다.
"1년만 빨리 규제를 풀었어도 지금쯤은 7천~8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겠죠."
지난해 12월30일 산업자원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입법예고하자 전경련 관계자가 털어놓은 얘기다.
전경련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의 수도권 공장 증설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줄기차게 건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산자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당초 삼성전자와 쌍용차가 전경련을 통해 산자부 등에 전달한 건의서에 따르면 두 회사가 계획한 채용규모는 2만3천명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2003년 3천명, 2004년 3천명, 2005년 2천명, 2006∼2010년 1만명 등 모두 1만8천명이고 쌍용차가 2007년까지 5천명 이상을 신규 채용키로 한 것.
전경련 관계자는 "규제가 없었더라면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와 고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을 것이지만 이달 중에 규제가 풀리더라도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당초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칫 잘못했다간 협력업체 및 증설인력 등의 일자리까지 합쳐 3만여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질 뻔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중에선 까다로운 정리해고제도와 파견근로제처럼 노동유연성을 가로막는 노동규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정부가 지난 98년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로 정리해고 요건을 법제화하면서 기존에 유연해지던 정리해고 판례 추세를 더욱 엄격하게 했다"며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노동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최근에 나온 노사관계 로드맵도 △노사교섭 및 파업범위 확대 △부당해고 처벌규정 존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통상임금 범주확대 등 노사불안과 사용자부담을 증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자리 창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지역에 대한 규제만 보더라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의의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사안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개발(R&D)의 비중이 높거나 신제품을 통해서만 승부해야 하는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공장입지 등에 대한 경직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