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다섯가지 잘못된 믿음 때문입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 이병남 부사장이 정부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글로벌 초일류기업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정부의 기업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정책 경쟁력에 비해 기업들의 경쟁력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기업에 앞서 정부의 기업정책이 개혁돼야 합니다." 이 부사장은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부진이며 여기에는 '다섯가지 그릇된 믿음'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업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는 믿음부터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를 인용, 정부의 기업정책 경쟁력은 30위권인 반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정부의 경쟁력을 오히려 압도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는 반문이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대 기업의 총매출액이 29%로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 33%를 밑돌고 있다며 "기업집중도가 결코 높지 않다"고 강조한 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믿음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소득 2만∼3만달러 OECD 12개 회원국의 경제력 집중도가 34%에 달한다고 지적한뒤 2만달러 달성까지는 경제력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 매출의 53%가 대기업 하청매출이고 세계 1위 품목을 갖고 있는 14개 중소기업의 총 매출이 삼성전자의 33분의 1에 불과한 점을 들어 "강한 중소기업만으로는 2만달러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시장을 키워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믿음도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영국과 아일랜드 등 선진국의 2만달러 달성 주역이 수출이었던 점을 감안해 수출역량을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해야 된다'는 믿음도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 지난 1990∼2001년의 수출증가분중 90%가 제조업에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제조업 사랑'은 지속돼야 하고 아울러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믿음 중 하나로 꼽고 "한국의 대표산업은 몇몇 선도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더 나아가 세계 산업성장도 이끌고 있다"면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초우량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초우량기업이 7개 이상 돼야 한다며 글로벌 초우량 톱10 기업 후보로 LG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I 현대상선 포스코 현대중공업 SK 한진해운 대한항공 등 9개가 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없이는 이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