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참여정부 제2기 외교사령탑'으로 발탁한 것은 미국과 친선ㆍ동맹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외교부의 뿌리깊은 병폐와 국민적 불신요인을 실질적으로 도려내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신임 반기문 장관은 34년간의 외교관 생활 동안 미주국장 주미공사 등 대미정책의 최일선에서 근무, 실무경험이나 이론에서 미국을 이해하는 폭이 상당히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장관은 또 정부 출범 초기 미국과 관계 설정에서부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라크 파병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주장해와 정부 내에서는 손꼽히는 친미통으로 분류된다. 전임 윤영관 장관의 경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던 한나라당도 반 장관에 대해서는 박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합리적이고 판단력이 탁월한 미국통인 만큼 그동안 갈등과 불협화음을 노출시켰던 한ㆍ미관계를 정상궤도로 복원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은 미국을 놓고 '자주파-동맹파'로 대립된 것처럼 비춰진 외교 안보라인의 화합을 이뤄내면서 대미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탄탄히 다져 나가는 것이 당면숙제로 떨어졌다. 반 장관은 임명 직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미국과 우호ㆍ동맹관계에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용 인사수석도 "우방의 신뢰를 바탕으로 당면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배경을 명확히 설명했다. 미국과 관계를 고려하고 미국측에서 신뢰할 수 있어 발탁했다는 얘기다. 북핵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서 6자회담이 진행 중이고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한ㆍ미동맹 관계 재정립 등 산적한 외교 현안을 놓고 미국과 관계를 소원하게 하거나 자칫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미국통이 필요했던 것이다. 반 장관은 "여러가지로 외교부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국민들 심려를 끼쳤고 국내외 파장을 일으켜 외교부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사 징계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미관계뿐 아니라 외교부에 대한 인사와 조직 쇄신이 주어진 임무라는 점을 상기한 말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