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안을 놓고 논란이 심하다. 그 중에서 금융 현안으로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환율개입 문제가 대표적이다. 부처간 입장 차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안이 원화의 디노미네이션 방안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승 한국은행 총재다. 박 총재는 '국제적으로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를 위해서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재경부는 '현재 우리 경제는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만큼 불안하지 않다'며 '오히려 현 시점에서 일종의 화폐개혁인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견해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은 언젠가는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 추진 비용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현 시점에서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할 현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재경부와 한은이 갈등을 빚는 또하나가 고액권 발행 문제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과 함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박승 한은 총재는 '화폐의 본질적 기능인 거래의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에 걸맞게 고액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견해로 볼 수 없지만 일부 재경부 관계자들은 현행 화폐 사용에 따른 커다란 불편이 없는 상황에서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인플레가 유발되면서 뇌물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액권 발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 문제는 부처간의 의견 차와 상관없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화폐 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0% 이상이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디노미네이션 추진과는 별도로 고액권 발행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고를 더 쌓아야 할지에 대한 입장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박승 총재는 '1차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위기를 들어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가 적립을 주장해온 재경부 관계자들은 '이제는 추가 적립보다는 운용쪽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방안의 하나로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금으로 활용해 동북아 금융허브 과제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은도 적정수준 이상의 외환보유고 운용을 전담하는 외자관리청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견이 수렴되고 있으나 한국투자공사냐 외자관리청이냐 하는 부서 신설과 예산 낭비 문제는 남아 있는 상태다. 원화 환율에 대한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시장에 비쳐진 한은의 입장은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수출과 경기부양에 고심해온 재경부는 지난해 9월말부터 환율을 받치기 위해 일관해 왔다. 올 들어서는 저평가된 원화를 겨냥한 환투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국내은행들의 달러매수 한도를 제한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았다. 다른 평가도 있으나 재경부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정책 과오를 회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부처간의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하나. 분명한 것은 정책당국자가 시장참여자보다 반드시 똑똑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는 정책당국자와 그들이 내놓는 정책을 수용해야만 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