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예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뉴욕 월가는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기울어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초 월가에서 수시로 열리는 경제 세미나에 가보면 부시는 경제 호전 덕에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노무라증권이 맨해튼 세계금융센터에서 개최한 미국 경제전망 기자회견.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는 미국 경제가 올해 4%의 실질 성장을 이루면서 인플레 없는 건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낙관했다. 경제와 선거 관계를 묻자 그는 "경제가 좋을 때 재선에 나선 대통령 치고 패배한 적이 거의 없다" 며 부시는 경제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날 '일본 사회' 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경제 낙관론이 우세했고 그것이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달러화 가치하락,부진한 고용창출 등 몇가지 복병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베어 스턴스의 데이비드 맬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적자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경제 성장 덕에 국내총생산(GDP) 규모 대비 적자 비율은 낮아질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에 중립적이라는 그린스펀 FRB(연준리) 의장도 재정적자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부시 경제팀에 힘을 실어줬다.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비판이 거센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월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그런 지지가 재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월가의 부시 지지는 정치자금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낸 업종은 금융회사 였다. 월가는 부시 대통령이 배당소득세와 자본이득세를 깎아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정치자금을 듬뿍 안겨줬다. 한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선거 정국으로 들어갔다. 정부는 경제 회복을 예상하지만 국민들은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경제와 선거.순기능으로 들어간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어떤 관계를 보일 지 주목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