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조상의 蔭德..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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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u@coreana.co.kr
내 친구 곽 사장은 서울 근교에 선대묘를 모셨다.
명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집안에 좋은 일이 있거나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선산에 가서 고하고, 가족을 동행하여 묘역을 정성들여 가꾼다.
사업이 잘되고 자손이 평안한 것은 모두 조상의 음덕이라며 자기의 공을 조상에게 돌리는 그 친구가 존경스럽다.
나이가 드는 탓인가.
친구네 집이나 친인척의 집을 찾기는 뜸해지고, 선대의 성묘와 묘지에 관심이 많아진다.
친구들과 주말마다 등산이나 고적답사를 하던 때,나는 일행들에게 충청도 내 고향에 있는 선산을 안내한 적이 있고, 나도 친구의 선산을 찾아 본 일이 있다.
조상의 묘를 찾아 보는 여유를 가진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여러 종교의 영향으로 조상에 대한 제례나 묘지 문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옛날에는 3년 시묘(侍墓)와 3년 거상(居喪)을 하였고,차츰 간소화되어 1백일 탈상에서 49재 탈상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제사는 전통적인 한국의 관습으로 오대조 이상은 일년에 한번 시제로 묘소나 제단 또는 제각(祭閣)에서 후손들이 다 모여 모시고,고조 이하는 기제사로 종손이 봉사(奉祀)하는 것이 관습이다.
근래에는 종교의 영향과 가문에 따라 증조나 고조는 한식 차례나 구구절 차례로 지내고, 부모와 조부모까지만 돌아가신 날에 기제사를 모신다.
생시에 뵙고 모셨던 조부모와 부모의 성묘를 자주 하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성과 이름을 갖게 되고, 출생 신고로 국적을 취득한다.
성과 본관이 자동으로 정해지고 가문의 행렬(行列)에 따라 돌림자를 쓰므로 무슨 성씨 무슨 파의 몇대 손이라는 계대(計代)가 가름된다.
나의 뿌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먼저 족보를 통하여 가계(家系)와 선대의 행적을 살피거나 둘째는 선대의 묘소를 통해 자기의 뿌리와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잘사는 국민,문화가 있는 국민이라면 나의 생의 근원,조상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종손이 제사를 모시고 장자가 부모를 모시는 전통에 따라 장남에게 많은 유산을 상속할 수 있었는데,민법의 개정으로 아들 딸 구별없이 평등하게 나누어지므로 종손이나 장자의 우대와 책임의 전통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번 설에는 윗대의 산소도 찾아보고 가족끼리 족보를 펴 놓고 가계를 확인하면서 조상의 음덕을 기려 보자.
이것이 아름다운 전통문화의 계승이다.